불꽃 놀이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딸 에마를 기다리던 아버지 나가미네는 '요즘 아이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여러 번 전화해 언제 오느냐고 묻고 싶지만 딸이 싫어할까 싶어 꾹 참고 기다리죠. 아내가 죽은 후 유일한 가족인 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돌아올 시간을 계산하기만 하던 나가미네에게 딸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법'이라는 칼날이 방황할 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2000년대 일본 소설에는 소년법 관련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이번 소설도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어린 학생들의 교화와 갱생에 초점을 맞춘 소년법은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고, 때로 학생들은 자신의 처벌이 가벼울 것이라 짐작해 마음껏 비행을 저지르기도 했기 때문인데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 태도를 갖추지 못한 아이들과 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거나 돌보지 못한 어른들의 비극이 '법'이라는 칼날이 어디를 향해 있는 것이냐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갑자기 인간이 사는 의미를 깨달은 듯했다. 단순히 먹고 숨쉬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거미집처럼 복잡한 그물의 한 코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그런 그물 연결망이 하나 사라진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죽음이 그물망 안에 있다면, 그에게 생기는 상처 역시 그물망에 큰 상처를 입힐 겁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그물이 치명적인 상흔을 갖게 될 테고, 때로 그 상흔이 번져 끝내 같은 구멍을 만들 수도 있겠죠. 그래서 우리는 주변 사람을 지키고, 보호하고 아끼게 되는 것일테죠.
그 쓰레기같은 자식들이 빼앗은 것은 에마의 인생만이 아니다. 그녀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의 인생에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긴 것이다.
미성년자의 죄는 죄가 아닌가. 그들이 제대로 반성조차 하지 않는데, 갱생이란 가능한가. 나가미네는 계속 의문에 잠깁니다. 모든 것이 밝혀진 다음에도 자기만 살아남으려 하는 놈들의 이기적인 행태와 그런 자식들을 (키울 때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키웠던 건지)보호하겠다고 거짓말과 막말을 서슴지 않는 어른들을 보고 있자면 기가 차기까지 한데요. (이런 인간이 현실에 있기 때문에 더 슬퍼요.)
소년법이 부당하다면, 사적인 복수를 허용해도 되는가. 인간적으로 끌리는 피해자 유족의 절규에 더 귀를 기울이며 그의 비극적 선택을 지지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의문이 가득 남는 마지막이었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추천드려요.
ps. 영화로도 나왔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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