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살인'이란 단어는 매우 끔찍한 단어이지만,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설레는 단어입니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부터 시작해서 '그런 게 왜 불가능한지 읽어봐야지!'라는 제법 도덕적인 예상까지 하게 만드는 말이죠. 어찌 되었든 저에게는 서점에 책 소개가 나오던 때부터 읽고 싶었던 책입니다.
이야기는 블로그에서 시작됩니다.
블로그 하는 사람이라면 은근히 깜놀할 시작이예요. ^^ 성실하고 선량한 올드데블스의 대표 맬컴 커쇼가 나름 '운영의 묘'를 발휘해보려고 블로그에 썼던 여덟 권의 추리소설. 그 글의 제목을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목록>이라고 했던 건데요. 대체 어떤 놈이 범인인 건지, 이 목록에 있는 살인사건과 아주 유사한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이 책에 나오는 살인 사건은 아주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데요. 왜냐하면 맬컴이 그냥 좋아하기 때문에 목록에 넣은 것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이 목록을 따라간다는 건 범인인 어떤 방식으로든 이 글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 그렇다면 살인 사건에 맬컴의 역할도 있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이리보나 저리보나 살인을 저지를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살인 사건에 관해서는 알리바이까지 있는 맬컴.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왜?' '범인은 왜?' 심지어는 맬컴을 조사하러 온 'FBI 요원은 대체 왜?'라는 의문이 꼬리를 뭅니다.
섬세한 플롯의 승리.
추리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의 머릿 속에는 스물스물 범인의 윤곽이 잡혀갑니다. 대개는 등장 인물 중 누구가 의심스러웠다가 또 다른 인물을 의심했다가 하는 식인데요. 이 소설은 한 인물을 의심했다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그를 의심했다가 하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휙-. 고개가 돌아가는 식이죠. ^^ 소설을 읽다보면 플롯에 감탄할 때가 있는데요. 이 소설도 그런 소설이었어요.
피터 스완슨의 다른 책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의 다른 책 <죽여 마땅한 사람들>도 재미있습니다. 이건 추리소설이지만 범죄소설의 느낌인데요. 범죄소설이 그렇잖아요. 읽다보면 이 범죄가 성공하길 바라게 된다는 거...? 잠시 저의 도덕성을 살짝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만, 소설이니까요. 책장이 휙휙 넘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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