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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8회 리뷰

달달콤이 2021. 6. 15. 07:30

참을 수가 없는 감정. 그 이름을 몰라서, 그저 '탁동경'이라고 부르는 멸망.

지난번 멸망이가 사라진 데 이어 이번엔 동경이 사라져버립니다. 그런데 이번 사라짐은 차원을 넘어버려요. 그냥 사라지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존재가 지워져 버립니다. 동생은 누나가 없다고 하고, 회사 사람들은 탁동경은 여기서 일하지 않는다고 하죠.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소녀신밖에 없는데, 병원에 갔더니 소녀신도 없습니다. 이렇게 무기력할 수가 있을까요.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멈춰서버린 멸망이. 서서히 열도 받고요.


다시 찾아온 동경이를 끌어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해서 두려웠다고 고백합니다. 알고보면,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는데는 소녀신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어요. 소녀신의 혼잣말처럼 사랑에는 고난과 역경이 필요하죠. 떼려고 할수록 더 단단하게 붙으니까요. 특히나 멸망이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조차 자각이 없는 애는 자극을 주지 않으면 제 앞길에 제가 돌을 던질 게 뻔하잖아요.

살려줄게. 내가 살려줄 거야. 쟤.

사실, 진짜 의사라고 해도 이 정도 자신있는 소리를 할 수는 없을텐데 말이죠.

네가 너를 인질로 쓸 줄은 몰라서. 그게 나한테 먹힐 줄도 몰라서.

그래서 소녀신이 필요한 거죠. 동경이가 자신을 인질로 쓰면 어쩔수 없이 끌려 올 거라는 것도 모르고 덜컥 도망쳐 버리는 꼬마니까요.

같이 살자. 계속 같이 살자.

언제나 말로만 엑셀 밟는 동경이입니다. 그래봐야 각방할 거면서. (안그래도 짧은 인생에 더 짧은 시간 남았는데 같은 침대 쓰면 왜 안 되는 건지 누가 좀 알려줘요.) 그래도 꽁냥꽁냥은 계속됩니다. 멸망이는 동경이한테 오다주운 꽃도 주고요. 데리러도 오고요. 손도 잡아주고요. 벚꽃을 다시 볼 수 없을 거라고 아쉬워하는 동경이를 위해서,


봄도 만들어주네요. 달고나 작가가 동경이한테 그런 말을 하잖아요. 웃게 해 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그러면 살고싶어진다고. 멸망이는 동경이를 자꾸 웃게 해 주고, 그러면 동경이는 살고 싶어지겠죠. 하지만 그래서 동경이가 멸망이를 사랑하면 멸망이는 죽게 되고요. 이 무한 루프를 깰 방법이 아직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을 끝내거나 인생을 끝내거나 지금은 그 두가지밖에 없잖아요? 근데 어느 쪽이어도 해피엔딩은 아니니까, 답이 아니예요. (노노노)
동경이는 웹소설 편집자인데, 웹소설의 기본은 해피엔딩이라고요. 이 소설 어떻게든 해피엔딩이 되어야 한다구요!

  나 죽으면 말야. 그랬으면 좋겠어. ... 증발하듯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런 소원 빌지 말라고 입술로 막아버리는 멸망이.

동경이는 죽을 것을 생각합니다. 소녀신이 한 말을 생각하면서 동경이는 살겠다는 욕심을 서서히 내려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손 안에 세상을 쥐게 하고, 사랑과 세상을 두고 어느 것을 선택할 지 생각하라고 한 후로 동경이는 계속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어떻게 세상을 버리겠다고 하겠어요.

  행복했어. 방금. 무지무지하게.  
  난 이제 너 말고 아무것도 상관없어졌으니까. ... 그러니까 선택해. 세상과 너를.  

멸망이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준 거예요. 멸망하는 것들을 지켜보는 운명을 가진 자가 행복의 이유가 된 거죠. 사랑이란 건 아무리 가혹한 운명을 가진 자라도 봄을 만나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가 동경에게 보여준 봄이, 그의 마음에도 와 버린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