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가 없는 감정. 그 이름을 몰라서, 그저 '탁동경'이라고 부르는 멸망.
지난번 멸망이가 사라진 데 이어 이번엔 동경이 사라져버립니다. 그런데 이번 사라짐은 차원을 넘어버려요. 그냥 사라지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존재가 지워져 버립니다. 동생은 누나가 없다고 하고, 회사 사람들은 탁동경은 여기서 일하지 않는다고 하죠.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소녀신밖에 없는데, 병원에 갔더니 소녀신도 없습니다. 이렇게 무기력할 수가 있을까요.

다시 찾아온 동경이를 끌어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해서 두려웠다고 고백합니다. 알고보면,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는데는 소녀신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어요. 소녀신의 혼잣말처럼 사랑에는 고난과 역경이 필요하죠. 떼려고 할수록 더 단단하게 붙으니까요. 특히나 멸망이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조차 자각이 없는 애는 자극을 주지 않으면 제 앞길에 제가 돌을 던질 게 뻔하잖아요.

살려줄게. 내가 살려줄 거야. 쟤.
사실, 진짜 의사라고 해도 이 정도 자신있는 소리를 할 수는 없을텐데 말이죠.
네가 너를 인질로 쓸 줄은 몰라서. 그게 나한테 먹힐 줄도 몰라서.
그래서 소녀신이 필요한 거죠. 동경이가 자신을 인질로 쓰면 어쩔수 없이 끌려 올 거라는 것도 모르고 덜컥 도망쳐 버리는 꼬마니까요.

같이 살자. 계속 같이 살자.
언제나 말로만 엑셀 밟는 동경이입니다. 그래봐야 각방할 거면서. (안그래도 짧은 인생에 더 짧은 시간 남았는데 같은 침대 쓰면 왜 안 되는 건지 누가 좀 알려줘요.) 그래도 꽁냥꽁냥은 계속됩니다. 멸망이는 동경이한테 오다주운 꽃도 주고요. 데리러도 오고요. 손도 잡아주고요. 벚꽃을 다시 볼 수 없을 거라고 아쉬워하는 동경이를 위해서,

봄도 만들어주네요. 달고나 작가가 동경이한테 그런 말을 하잖아요. 웃게 해 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그러면 살고싶어진다고. 멸망이는 동경이를 자꾸 웃게 해 주고, 그러면 동경이는 살고 싶어지겠죠. 하지만 그래서 동경이가 멸망이를 사랑하면 멸망이는 죽게 되고요. 이 무한 루프를 깰 방법이 아직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을 끝내거나 인생을 끝내거나 지금은 그 두가지밖에 없잖아요? 근데 어느 쪽이어도 해피엔딩은 아니니까, 답이 아니예요. (노노노)
동경이는 웹소설 편집자인데, 웹소설의 기본은 해피엔딩이라고요. 이 소설 어떻게든 해피엔딩이 되어야 한다구요!
나 죽으면 말야. 그랬으면 좋겠어. ... 증발하듯 사라졌으면 좋겠어.

동경이는 죽을 것을 생각합니다. 소녀신이 한 말을 생각하면서 동경이는 살겠다는 욕심을 서서히 내려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손 안에 세상을 쥐게 하고, 사랑과 세상을 두고 어느 것을 선택할 지 생각하라고 한 후로 동경이는 계속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어떻게 세상을 버리겠다고 하겠어요.
행복했어. 방금. 무지무지하게.
난 이제 너 말고 아무것도 상관없어졌으니까. ... 그러니까 선택해. 세상과 너를.
멸망이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준 거예요. 멸망하는 것들을 지켜보는 운명을 가진 자가 행복의 이유가 된 거죠. 사랑이란 건 아무리 가혹한 운명을 가진 자라도 봄을 만나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가 동경에게 보여준 봄이, 그의 마음에도 와 버린 게 아닐까요.
'드라마 > 한국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몸값 / 전종서 진선규] (0) | 2022.11.12 |
---|---|
천원짜리 변호사 1부가 끝났습니다! (0) | 2022.10.21 |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7회 리뷰 (0) | 2021.06.14 |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6회 리뷰 (0) | 2021.06.13 |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5회 리뷰 (1) | 2021.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