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소설은 늘 기대감을 줍니다. 시작은 왠지 뻔해보이고 범인도 정해진 것 같고, 여기서 더 놀라울 게 뭐가 있지? 싶을 때 '이건 몰랐지? 근데 내가 얘기했잖아.'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튀어나와버리죠. 이번 신작 안젤리크는 태생 자체가 그렇습니다. 그의 작가 3부작이 이어진 작품이지만 다시 과거로. 그러니까 작가 3부작 이전 작품의로 돌아가버렸으니까요.
패를 숨기고 만난 두 사람.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루이즈 콜랑주와 마티아스 타유페르는 병원에서 처음 만납니다. 마티아스는 전직 형사로 매우 퉁명스럽게 루이즈를 대하지만, 그럼에도 루이즈가 하는 요구를 어느새 다 들어주고 있는데요. 심지어 자기가 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일마저도 어쩔 수 없이 하고 맙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모두 '루이즈가 그가 그렇게 할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말을 '루이즈가 똑똑하니까 다른 방도가 없게 몰아부친 거지.' 라고 생각해 버렸는데요. 그것도 맞지만, 여기서 추리소설 독자라면 더 생각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도 지금은 조금 듭니다.
추리소설의 재미는 넋놓고 있다가 한방 먹는 것.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눈으로 계속 범인을 찾게 됩니다. 범인을 찾았다면 그가 어떻게 잡힐 것인지. 어디에서 단서를 잡아낼 것인지를 집요하게 지켜보죠. 그러다보면 엇? 할 때가 있는데요. 그것과 다른 이야기가 쑥 튀어나올 때입니다. 이유가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둘이고,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적이고. 또는 적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친구고. 이런 관계와 서사들이 별안간 튀어나왔는데도 사실은 계속 이야기되어진 것일때. 한방 먹은 것 같거든요. 그래서 넋놓고 읽기도 합니다. 사소한 정보는 잘 읽어두되 멍 때리고 있다보면 갑자기 '그게 의미있는 말이었다구!'하는 작가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미래는 과거 어느 한 순간이며, 과거는 미래의 어느 한 순간.
이야기의 말미에는 과거가 바꿔버린 모든 미래가 폭풍처럼 휘몰아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한 선택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거기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이 소설에만 있을까요. 우리 생에도 그렇겠죠. 그래서 삶은 복잡하고, 또 가끔 재미있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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