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의 소설을 처음 읽었습니다. 그동안 소문을 워낙 들었던 터라, 어떤 이야기를 읽게 될까 궁금했는데요.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개성 있는 인물들이 엮여서 매력적인 글이 되었구나. 싶었어요. ^^

현재. 미래. 그리고 나인. 그 기적.
절친한 세 친구 사이에 비밀이 생기지만 이들은 서로를 비난하거나 다그치지 않아요. 서운해 하기는 하지만 언젠가 말해주겠지. 하고 기다립니다. 참으로 성숙한 아이들인데요. 나인은 태어나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던 존재지만, 그만큼 대단한 기적인 이런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재와 미래에게도 나인은 기적같은 친구이겠고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인은 자신의 힘을 발휘해 진실을 밝힐 수 있었을 거예요.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가 그 마음을 읽어주고 싶은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생기면 좋은 기적입니다. 그 친구가 어쩌면 외계인일지도 몰라요. ^0^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삶이란.
사람은 누구든 뭔가를 지키며 살아갑니다. 법, 규칙, 도덕, 양심같은 걸 지키기도 하고요. 돈, 명예, 이익같은 걸 지키기도 하죠. 진실이나 정의를 지킬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중요하죠. 그러나 사람이 꼭 지켜야 하는 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나인은 원우의 일을 알기 전에도 그의 아버지와 아버지가 붙이는 전단지를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아버지의 전단지를 보기 싫다며 보는 족족 떼어버렷는데 말이죠. 사람을 지키지 못한 이들은 스스로도 사람이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사라지거나, 사람의 마음이 사라지는 게 괴로워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게 되죠. 도현이가 그랬던 것처럼요. 거기서 더 가면, 도현이 부모님처럼 되는 걸 거에요.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해서 아들도 지키지 못하게 되어버린 점이지대 너머의 어떤 것으로 변해버리겠죠.

식물원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죽은 땅을 파고 도 파서 아름다운 식물들을 키운 지모의 화원 '브로멜리아드'를 상상하다보면, 식물원에 가보고 싶어져요. 그곳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흙냄새와 풀냄새. 꽃향기도 맡아보고 싶어집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언젠가는 식물이 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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