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일반소설

[더 셜리 클럽 / 박서련 ] 사람을 키우는 건 사랑.

달달콤이 2022. 10. 23. 08:40

낯선 곳에서 익숙한 사람을 만나는 일. 누군가는 '어? 난 낯선 느낌이 좋아서 온 건데?'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대개는 '어? 어떻게 여기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지?'하며 반가워할 거예요. 그런데 그 익숙함이 한국에서의 내 이름도 아니고,  같은 국적의 한국 사람인 것도 아니고. 다수의 외국인들의 집단이라면 어떨까요. 그들과 나를 묶어 주는 게 다름 아닌 내 이름이라면?

표지만 보고는 이게 무슨 클럽이야기인가 했잖아요.

낯선 곳에서 만난 '셜리들' 그리고 그. 보라색 목소리를 지닌 사람.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설희는 낯선 이국에 땅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합니다. 바로 자기 이름인 '셜리'죠. 놀랍게도 이 이름은 누구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닌 무려 '더 셜리 클럽 빅토리아 지부'라는 명칭을 지니고 있었으니... 지부라는 건 곧 여기저기 있다는 뜻이고, 그렇다는 건 이들이 어마어마한 세력을 가졌다는 뜻?! (이라는 건 내 생각이고 사실은 소박한 할무니들의 모임이랄까요.)

셜리라는 옛스러운 이름을 가진 할머니들의 클럽에 갑자기 젊은 셜리가 뛰어듭니다. 할머니들은 어린 셜리의 가입요청을 처음엔 미심쩍어 하기도 하지만, 임시 회원으로 너그럽게 받아주죠. 그리고 그날 셜리는 운명의 S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를 설레게 만드는 빛깔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 그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줘서 감사하게 만드는 사람이예요. 셜리클럽과 S. 너무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가요.

저 사람은 사실 정체를 숨긴 공주일지도 몰라. 비록 지금은 힘도 없고 볼품도 없지만 알고 보면 공주일지도 모른다고. 그 사람이 공주인 나라에는 국민이 그 사람 하나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공주느느 공주. 나는 공주 대 공주로 저 사람을 대해야만 해.

사람에 대해 가져야 하는 정중한 태도라고 느꼈어요. 누구나 자기 인생에서는 자기가 주인공이고. 그 주인공의 기쁨과 슬픔이 전부일진데,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동시에 설희라는 인물이 얼마나 인간에 예민한 사람인가를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타인에게 나쁜 짓을 할 수 없는 선량한 사람이라는 것도요.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서보다 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

젊은 셜리는 할머니 셜리들의 사랑을 먹으며 때로 힘겹고 눈물나는 생활을 버티고 또 즐겁고 행복하고 평온한 시간을 보냅니다. 이름만 같을 뿐 사실은 아무것도 공유할 것 없는 사이에 대가 없는 사랑을 베푸는 것은 이들에게 그것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일 거예요. 어쩌면 S와의 만남도 이러한 것의 연장선상일 수 있겠죠. S 역시 여러 문화를 배경으로 하면서 한때 표류했던 외로운 배. 였을 테니까요. 

오랜만에 읽은 따뜻한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갑자기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충동에 가끔 지시기를. 그러면 어딘가 00클럽을 만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요. (아님 S라도. ^0^)